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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잡플래닛이 주는 씁쓸함

얼마 전, 내가 다니고 있는 회사 이름을 구글에 검색해보다 잡플래닛이란 사이트를 알게 됐다. 잡코리아 같은 구직정보 사이트와 달리 이 곳은 기업의 현 재직자, 퇴사자, 면접 경험자 등이 기업을 적나라하게 평가하는 곳이다. 어찌보면 정제되지 않은 기업의 민낯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공간이라고 할 수 있는데 여기 적힌 회사 평판을 읽고 나는 씁쓸함을 감추기 어려웠다. 글의 대략 짐작만으로 오랜 시간 함께했던 동료, 잠시 이 곳을 스쳐 지나갔던 사람 등 누구인지 예상이 가는 글들 속에 회사에 대한 원망과 불신들이 가득했기 때문이다. 남겨진 글은 주로 회사의 방향성과 정책, 복지, 대인관계에 대한 불만이 기본 골자인 경우가 많았다. 우리들이 회사 생활에서 주로 부딪히는 요소들 말이다. 기술된 내용을 팩트만 놓고 보자면, 그들의 말이 무작정 헛소리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다만 건강한 형태로 이런 주장들이 개진됐다면 그들이 무엇을 답답해했고, 어떤 부분에서 고민해왔는지 안타까운 마음이 먼저 들었을꺼 같다. 허나, 남겨진 글들 중 다수는 익명성이란 울타리에 기대어 어른답지 못한 행동으로 칭얼거리는 글에 불과했다. 이 글을 적는 나 또한 회사로부터 매달 월급을 받는 봉급쟁이에 불과하지만 그들의 목소리가 왜 이런 방법들로밖에 표현될 수 밖에 없었는지 아쉬운 마음이 들어 끄적여본다.


정당한 저격글은 없었다

주어만 없을 뿐, 내가 보게 된 잡플래닛 글엔 특정인에 대한 명확한 저격이 담겨 있었다. 남겨진 글이 여러 건이였기에, 지목된 사람이 몇몇 있었다. 작성자에게 저격대상이 된 직원의 말과 행동이 그들에겐 불합리한 요소였을 것이다. 개인의 감정적 관점에서 보자면, 이 부분 체감이 크게 다가왔을 수 있다. 이게 사실인지 오해인지 그런 부분들은 생각하고 싶지않다. 당사자가 그렇다고 느낀거면, 그렇게 봐야하는거다. 단, 이런 부분은 지극히 주관적요소일 수 있음에도 특정인에 대한 분풀이 형태로 표출되어 버렸고, 포털사이트 검색값과 잡플래닛에 남게 됐다. 글을 작성한 의도가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는 선의의 마음에서 특정인까지 친절히 지정해 정당한 저격을 실행한걸까? 아니면, 저격은 자신의 분풀이 수단에 불과했을까? 설령 전자라해도, 이런 방법으로 표출하는건 정당성이 결여될 수밖에 없는 일이다. 이게 최선였던걸까.


■ 모두의 워라벨도 없었다

이 곳을 떠나간 사람 중 일부는 자신의 워라벨이 무너졌다고 한다. 근데 이 워라벨이라는게, 참으로 짓궃다. 빈부격차도 아닌데 사람마다 편차가 존재하는 느낌이다. 누군가는 정시출근과 퇴근을 누리며 자신의 워라벨을 지키는 사람이 있는 반면, 다른 한편 누군가는 워라벨 불균형 속에 힘에 겨워 하기도 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언론 속에 소개되는 네임 벨류있는 기업과 달리 보통의 회사는 한 축의 희생이 전제될 때 반대축의 워라벨이 지켜지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한다. 내가 일하는 곳도, 그런 구조가 작동하고 있는데 일이 쏠리는 사람. 더 많은 일을 떠맏는 사람이 발생하는 상황이 많았다. 이들이라고 왜 자신의 워라벨이 소중하지 않겠는가. 이 사람들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더 많은 직무에 투여되어, 워라벨이 희생되었고 이런 구조를 만든건 회사 뿐 아니라 동료들이라 생각한다. 뛰쳐나가서 워라벨을 부르짖는 그 사람들은 과연 여기서 얼마나 삶의 균형을 침해당했던걸까? 자신은 어떤 동료로써, 다른 이의 삶과 일의 균형에 대해 생각해봤을까. 그리고 그 짐을 덜어내주려 애써봤을까.


이 직장이 평생 직장이 될 순 없지만 나는 무슨 일을 할까, 어느 회사를 가야할까 방향을 잡지 못하던 과정에서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지금의 회사를 만나게 됐다. 몸 담고 있는 이 곳이 때로는 든든한 울타리같고 때로는 미워죽겠단 생각이 드는데 미운 정 고운 정이 다 들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닌거 같다. 매일 아침마다 두근거리는 마음을 안고, 출근하다면 거짓말이지만 퇴근해서 회사의 이슈에 대해 걱정하는 때가 종종 있는거 보면 나는 이 회사가 싫지만은 않나보다. 그래서 잡플래닛에 적힌 저런 말들이 내가 속한 이 회사를, 그리고 나를 부정하는듯한 느낌이 들고 거부감이 드는지도 모르겠다. 답답한 마음에 적어본 포스팅인데 왠지 뒷 맛이 씁쓸하다.